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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음연구소8

[나음 칼럼] 힘들게 하는 사람 vs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① [1코노미뉴스=강한진 나음연구소 소장]오랜만에 딸이 전화했다. 떨어져 사는 장성한 자식의 전화는 신호다. 좋은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경험에 의하면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은 3대 7 정도, 안 좋은 일일 경우가 훨씬 많다. 그것도 잘 쳐서 그렇다. 이해한다. 나도 젊었을 때, 아니 나이 든 지금도 그렇다. 좋은 일 기쁜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뜨거워 가까이 있는 사람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 있는 부모 형제는 훨씬 후 순위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안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조금 다르다. 차분히 가라앉고 혼자 있고 싶어 지고, 그러다가 누군가 의지할 만한 사람이 필요해진다. 그때 부모나 형제에게 전화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애인이나 배우자, 친한 친구가 없을.. 2022. 4. 6.
[나음 칼럼] 애비 마음 [1코노미뉴스=강한진 나음연구소 소장] 딸의 결혼 날이 두어 주 앞으로 다가왔다. 평생 혼자 살 듯하던 녀석이 결혼하겠다고 불쑥 선언해서 모두를 놀라게 한 지도 제법 되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싶으니 마음이 나날이 바빠진다. 요즘 눈이 부쩍 흐릿하고 뭔가 낀 듯하여 눈을 자주 비비고 안경을 벗어서 닦는다. 오늘은 결혼식도 다가오니 안경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하고 안경 가게에 들러 시력검사를 하는데 딸이 드레스 피팅을 하는 중이라며 핸드폰 사진을 여러 장 보냈다. 그리고 어느 것이 제일 예쁘냐고 물었다. 눈처럼 하얀 드레스에 은빛 관을 쓰고 수줍은 듯 꿈꾸는 듯 웃는 모습 모두가 예뻤다. 고르지 못하고 사진을 앞뒤로 뒤적이는데 직원이 “딸 시집보내며 우는 아버지가 많다던데, 손님은 어떠세요?”라고 .. 2022. 2. 15.
[나음 칼럼] 냄비를 닦으며 [1코노미뉴스=강한진 나음연구소 소장] 아차 하며 달려가 불을 껐으나 이미 늦었다. 탄 냄새와 연기가 집안에 가득하다. 냄비 속은 시커먼 숱이 됐다. 간단히 요기할 요량으로 냄비를 불에 올려놓고 잠시 딴짓하다가 벌어진 소동이다. 갑자기 화가 난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잦아져서다. 아내가 가끔 그러더니 나도 점점 그런다. 앞뒤 창문을 한참 열어 두어도 냄새는 쉽게 빠지지 않는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아내의 짜증. 아끼는 냄비만 골라 태워 먹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태운 냄비의 뒤처리는 모두 내 몫이다. 아내는 손목이 매우 약하다. 골격이 약한 데다가 산후조리도 제대로 못 해서인지 바람만 불어도 아파한다. 류머티즘을 앓고부터는 무거운 일, 힘쓰는 일은 아예 내 몫이 되었다. 무 썰기부터 손목의 힘을.. 2022. 1. 5.
[나음 칼럼] 마농지, 그리고 어머니 꼰대 아빠가 MZ세대 딸에게⑮ –가족에 대하여 [1코노미뉴스=강한진 나음 연구소 소장] 매해 4월 어머니는 마농지를 담그셨다. 우녕밭 마늘이 한참 줄기를 세워 푸른 키를 높이고, 땅속 뿌리 마늘 아직 덜 알이 찼을 때, 어머니는 손가락 마디만큼 마늘대를 자르고 항아리에 넣어 끓인 간장을 붓고 돌멩이를 얹으셨다. 그리고 오뉴월 볕 아래 장독대에서 익은 마농지는 한여름 이후 밥상에 항상 자리했다. 어머니가 대나무 엮은 차롱에 보리밥을 싸고 자리젓과 된장, 콥데사니 마늘을 챙겨서 돌 많고 척박한 보리밭으로 갈 때 진드기처럼 따라붙는 나의 반찬은 마농지였다. 누나와 형이 연한 콩잎 위에 보리밥과 자리젓, 된장을 얹으면 나는 마농지를 한 꺼풀 벗기고 짭조름하게 단맛 물든 손가락을 빨며 점심을 먹었다. 초등학교 3.. 2021.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