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의 獨신생활] 부활절 연휴, 홀로 이방인 실감하는 하루

[1코노미뉴스=이슬아]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독일에서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부활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독일에서 부활절은 종교적인 기념일이기도 하지만 교회에 가지 않는 이들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봄을 알리는 명절이다. 성 금요일부터 부활 월요일까지가 공휴일이기 때문에 부활절 연휴 전후로 휴가를 내어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이들이 많고, 부활절 전후의 10일간의 봄 방학을 이용해 가족 여행을 가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부활절 모습이 달라졌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부활절 마케팅은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고, 슈퍼마켓에 판매되고 있는 부활절 토끼만이 부활절이 다가왔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많은 이들이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부활절 휴가는 차질을 빚게 되었고, Bring Corona nicht zur Oma. (할머니에게 코로나를 옮겨선 안돼)라는 캠페인의 확산과 독일 전역의 접촉 금지령으로 인해 조부모님 댁에 방문하지 않는 것이 권고되고 있어 부활절 가족 모임을 이전처럼 할 수 없게 된 독일인들이 많이 생겨 기존의 부활절을 보내던 방식에 변화가 생기게 됐다. 

직접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의 대안책으로 떠오르는 것은 영상통화이다. 이는 물론 조부모님이 스마트폰과 같은 영상통화가 가능한 기기나 이를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의 이야기이다. 아직 아버님 댁에 스마트폰을 놔드리지 못했다면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해 편지나 소포를 보내는 것이 권유된다. 지난 금요일 동료 중 한 명은 아이들의 손편지와 부활절 그림 그리고 작은 소포를 여러 개 준비하느라 휴가를 냈다.

아이들은 생일과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부활절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활절 토끼의 선물 때문이다. 부활절에는 부활절 토끼가 정원에 달걀이나 토끼 초콜릿을 숨겨 놓는데 이 토끼는 달걀과 초콜릿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그동안 갖고 싶었던 장난감까지 선물하는 넉넉한 토심(兎心)을 지녔다. 물론 이는 착한 아이에게 만 해당되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부활절 아침에 바구니를 가지고 정원이나 숲 속에 숨겨진 달걀을 찾는 달걀 찾기 이벤트는 집안 정원에서 소박하게 열리기도, 커다란 공원에서 성대하게 개최하기도 하는데 미리 계획된 큰 이벤트는 모두 취소되어 집안 정원에만 토끼가 찾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홀로 타지에 지내는 이들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 돌아올 때면 나 자신이 이방인임을 실감한다고 한다. 타지에서 보낸 시간이 쌓여갈수록 모두들 각자의 방법을 터득해가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독일 생활의 가장 큰 원천이 되는 독일 가족이 있어 지금껏 외롭지 않게 명절들을 지낼 수 있었다. (오페어 가족으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는 천천히 하도록 하겠다.) 평소 같으면 일찌감치 휴가 계획을 세워 벌써부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나도 할머니에게 코로나를 옮길 수 없기에 올해는 어디도 방문하지 않고 홀로 보내는 부활절이 될 것이다. 나는 다행히 스마트폰을 사용할 줄 아니 고독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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