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노미뉴스=이슬아] 보통 독일에서 홈오피스의 개념은 낯설지 않은 편이다. 홈오피스 즉, 재택근무는 보편화되어 있고 실제로 주변에서도 이를 자주 볼 수 있다. 내 경험에 미루어보자면 어린아이가 있는 직원의 경우는 아이 학교가 방학이거나 아이가 아플 때에는 (보통은 휴가를 내지만, 때로는) 재택근무를 하며 싱글일 경우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어 집에 있어야 할 때 재택근무를 한다. 그리고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별다른 회의가 없어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상사에게 이야기하면 대부분 이를 허락해준다.
현재의 직장은 재택근무를 이질감 없이 받아들이는 사내 문화와 이를 뒷받침해주는 인프라가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고자 독일 내에서 대대적으로 재택근무가 권고되고 있는 지금 비교적 매끄럽게 발걸음을 맞추어 갈 수 있었다.
재택근무 체제가 장기화되고 대다수의 인원들이 이를 이용하다 보니 업무 이외의 것들에서 익숙한 방식 대신 새로운 풍속을 목격하게 됐다.
첫번째가 생일이다. 흔히 독일 직장에서는 자신의 생일이나 특별한 기념일에 직접 만들어 온 케이크를 회사 동료들과 나누는 문화가 있다. 자신의 생일이 주말이었거나, 생일에 휴가를 내었거나 하면 그다음 날 케이크를 들고 와서 동료들과 나누는데 이때 주의할 것은 미리 축하하면 불운을 가져온다는 미신 때 문인데 독일인들은 생일을 절대 미리 축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일의 주인공이 가져온 케이크를 회사 탕비실이나 직원들이 간식을 공유하는 곳에 두면 후에 동료들은 케이크를 한 조각씩 가져가면서 주인공에게 축하말과 함께 악수나 포옹으로 축하를 건넨다.
현재의 재택근무로 인해서 당연히 이 고전적이고 전통 있는 방식은 시행될 수 없는바. 직원들 간의 만남의 장소는 탕비실에서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동안 갈고닦은 베이킹 솜씨를 뽐낼 수 있는 직접 만든 케이크는 검색엔진에서 찾아낸 화려한 온라인 케이크 이미지로 대체되었고 축하 인사를 건네는 방식은 물론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답글과 이모티콘으로 바뀌었다.
두번째는 은퇴 및 입사 인사다. 지난 월요일로 예정되어 있던 동료의 은퇴식도 하는 수 없이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그룹 화상채팅을 통해 동료는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고, 다른 직원들은 채팅창의 빼곡한 메시지들로 이에 화답했다. 또한 이번에 새롭게 입사하게 된 직원은 간략한 자기소개 및 인사를 전체 이메일이란 형식을 통하여했고 직원들은 이메일 회신을 통해 새로운 직원을 환영했다.
또 세번째는 휴식인 점심시간.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동료들과 함께 채팅창과 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커피타임을 갖는다. 점심시간에는 점심을 함께 먹기로 한 동료와 가상 런치 데이트를 한다.
마지막으로 친목도모 파티다. 일반적으로 독일에는 한국과 같은 회식 문화가 없다. 마음 맞는 동료끼리 저녁을 먹기도 하지만 이는 모두 자율이며 강제성은 전혀 없다. 현재 직장에서 한 달에 한번 친한 동료들끼리 애프터워크 키친 파티를 하곤 했는데 재택근무 체제에 들어가면서 이 방식도 온라인 화상 파티로 대체되었다. 키친 파티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각자 준비한 음료를 들고 모니터에 앉아 약속된 시간에 온라인 화상 파티의 참여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지난주부터 시행된 사회적 접촉 제한 확대 조치들과 계속되는 코로나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간은 계속하여, 아침마다 눈을 마주치며 실제 목소리와 악수로 인사를 나누는 대신 채팅창에 아침을 알리는 인사말을 타이핑하며 이에 걸맞은 이모티콘을 전송해야 할 것이다. 적응의 동물인 우리는 이렇게 직장 내 사교생활의 대안을 찾아나가며 이 위기를 버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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