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노미뉴스=이진] 만일 코로나가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 살고 있었더라면 5월 30일부터 6월 6일은 오순절 방학 기간으로, 진작부터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서 이 근처 유럽의 어느 도시에 훌쩍 다녀올 생각으로 설레며 여행 가방을 싸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온라인 대학 강의도 오순절 방학 기간에는 수업이 없지만, 물리적으로 정말 학교를 다니던 때와는 어쩐지 방학에 대한 체감이 다르다. 게다가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은 지금, 훌쩍 떠나는 여행이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오순절'은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매우 낯선 이름으로, 성령강림주일이라고도 불리는데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다음으로 큰 종교적 기념일 중 하나이다. 처음 독일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오순절 방학을 알게 된 후부터는 연초부터 오순절 방학 기간의 비행기 티켓을 검색하곤 했다.
오순절은 부활절 만큼 큰 기념일은 아니기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공휴일 외에는 따로 방학이 없거나 하루 이틀 정도 학교에서 자체적인 휴일을 가진다. 때문에 오순절 방학을 노리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많지 않고, 직장인들 또한 부활절만큼 긴 휴가를 계획하지는 않는 편이다. 즉, 여행을 계획하는데 있어서 경쟁상대가 부활절 휴가에 비해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초부터 미리 티켓을 검색하고 있다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비행기 티켓이 나오면 바로 구매한 후, 여행 일정이 다가 올 때쯤 형편에 따라 호텔이나 호스텔 혹은 민박을 예약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덥지도 쌀쌀하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오순절 방학 기간은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는 좋은 찬스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사실 관광 산업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는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독일 여행 협회(Deutscher Reiseverband)의 조사에 따르면 관광 산업의 60% 가량이 파산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한다.
특히나 관광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의 경우에는 중북부 유럽에 비해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 판데미 중에도 세상은 또 흘러가기에 이제 다시 국가의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게다가 때마침 오순절 휴가에 이어 본격적인 여름 휴가가 다가오고 있기에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차차 국경을 열기 시작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5월 말부터, 이탈리아는 6월 3일부터, 독일은 6월 15일부터, 스페인은 조금 늦게 7월 초에 국경을 개방한다고 한다.
해외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여행자들의 14일 자가격리 규칙도 점차 해제되고 있다.
특히, 바이에른, 라인란트-팔츠, 노스트베스트팔레인 그리고 자란트의 경우에는 영국, EU 및 쉥겐(Schengen) 조약이 맺어진 나라에서 오는 여행객들에 대해서 이미 자가격리 의무 조항이 없앴다.
즉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정부의 관광업 재개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빛을 발할지는 알 수 없다. 주변에 지인들의 경우에는 올해 여름 휴가는 건너 뛰거나 혹은 국경 개방 이후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번지는지를 지켜 본 후 가을 휴가를 가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코로나로 인해 실직을 당한 이들에게는 휴가는 이미 지워진 단어일 것이다. 실직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 이들에게 또한 휴가는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다양한 국가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인해 움츠러든 사람들의 심리와 가계 경제로 이전 같은 여름 휴가 풍경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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