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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식약처-모다모다 싸움, 뒷 배후 누가 있나...염색샴푸 둘러싼 갈등 내막

by 1코노미뉴스 2022. 3. 16.
  • 아모레퍼시픽, 염색샴푸 경쟁사 위기 틈타 정상 넘보나

사진=모다모다 인스타그램 사진캡쳐, 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1코노미뉴스=안유리나 기자] 지난해 '대란템'으로 떠오른 염색 샴푸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식약처 간의 갈등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머리를 감으면 갈색으로 자연스레 염색되는 자연갈변삼푸를 제조한 모다모다가 미국 내 5개 대형 유통 체인에 입점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모다모다 샴푸는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와 이해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석좌 교수가 공동개발한 제품이다. 머리를 감을 때 이 제품을 사용하면 모발이 서서히 염색되는 효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품절 대란을 일으킬 만큼 인기가 많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8월 처음 출시된 뒤 150만병이 판매됐다. 100만명가량의 소비자가 이 샴푸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매출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은 320억원 규모로 미국 등 해외 매출 280억원 까지 합치면 단기간에 600억원 가량을 일으켰다.

하지만 시장에서 줄곧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모다모다 블랙 샴푸는 지난해 12월 돌연 제동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모다모다샴푸의 주원료인 '1,2,4-THB'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 사용을 금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 것이다. 고시가 개정되면 개정일로부터 6개월 뒤 샴푸 제조가 금지된다. 그때까지 생산한 제품에 대해서만 최대 2년 안에 판매할 수 있다. 잠재적 유전독성이 있고, 피부가 민감해지는 증상인 피부감작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다.

앞서 식약처는 모다모다 샴푸가 의약품 또는 기능성 화장품으로 오인될 수 있다며 광고를 한때 금하기도 했다. 다만 모다모다가 지난달 식약처를 상대로 광고 업무정지처분 항고심에서 승소함으로써 광고는 지속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내 모든 화장품 유통은 식약처에서 고시한 염모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화장품법 제 8조 2항 안전 규정에 명시돼 있다. 모다가 이를 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U에서 THB의 '잠재적 유전독성'을 염려로 '염모제 제형 배합금지'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이를 모든 화장품에 고시하고자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식약처 시정명령에 모다모다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미진 모다모다 전무는 "식약처에서 제재하고 있는 THB성분은 '긴급규제' 를 하면서 기존 성분들은 위해성 연구를 2년간 더 수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규제를 결정하는 '완속규제'를 하고 있다. 아직 확정 되지 않은 사실을 공론화 하면서 중소기업 죽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라며 "명확한 사유 없이 단순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전무는 "너무 억울해서 식약처 쪽으로 사유를 물어보니 '위원회에서 이미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위원회 조직 구성에 대해 정보 공개 요청을 했지만 식약처가 이유없이 거부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염색샴푸 경쟁사 위기 틈타 정상 넘보나

눈여겨볼 점은 실제로 모다모다가 위기에 봉착한 틈을 타 아모레퍼시픽이 블랙 샴푸를 대신할 염색 상품을 출시한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5일 새치 염색 샴푸 컨셉의 '려 블랙 샴푸'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일 샴푸만으로 일시적 새치 커버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모다모다 블랙 샴푸'가 원료의 안전성 문제로 생산중단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염색 샴푸 시장에 새로운 강자가 탄생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모다모다 빈자리를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점유하는 것 아니냐는 것.

일각에서 '중소기업이 시장형성 해놓자 대기업이 숟가락만 얹는 경우'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종의 식물류 성분을 통해서 흰머리를 검게하는 코팅제가 들어갈 뿐인데 식약처를 등에 업은 대기업이 혼란한 틈을 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아이디' usa0***'님은 "와 카이스트 교수님이 7년 연구한 결과를 한순간에 빼앗기네요"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아이디 사용자 'your****'님은 "카이스트 교수가 7년 연구한 혁신적인 기술을 대기업이 몇 달 슬쩍하면 되는 수준으로 내려버리네"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모다모다 측에서 내놓은 염색샴푸가 획기적인 아이템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감기만 해도 염색이 되는 샴푸'는 획기적인 아이템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염색이 되는 샴푸는 이미 해외에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나온 아이템"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경우 시장이 형성돼 있을 정도다. 모다모다에서 말하는 획기적인 기술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염색 샴푸는 아모레퍼시픽 내부에서도 이미 30년 전에도 비슷한 아이템으로 나온 바 있다. 다른 업체들도 하나둘씩 내놓을 것" 이라며 "이번 려 블랙 샴푸는 식약처에서 인증한 원료를 가지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내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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