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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희선 칼럼] 일본 늘어만 가는 고령 1인 가구, 이들을 위한 쉐어하우스

by 1코노미뉴스 2022. 1. 27.

[1코노미뉴스=정희선 칼럼니스트] 이미 ‘1인 가구 대국’인 일본에서도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2021년 11월 발표한 2020년도 국세조사에 의하면 1인 가구는 일본 전체 가구의 38%를 차지, 10가구 중 거의 4가구는 1인 가구이다. 

1인 가구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우선 중년 세대의 미혼율 상승이다. 현재 일본에서 50세 시점에 미혼인 사람을 계산하면 남성은 28.3%, 여성은 17.9%에 달한다. 20년 전인 2000년에는 이 수치가 남성은 12.6%, 여성 5.8%로 중년 독신의 비율이 남성은 2배 이상, 여성은 3배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년간 가치관 및 가족관이 다양화됨에 따라 이제 일본에서는 중년에도 독신으로 살아가는 라이프스타일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두번째는 단신 고령자의 증가이다. 65세 이상 1인 가구 수는 5년 전에 비해 13.3% 늘어난 671만 6808명으로 고령자 5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다. 남녀별로 보면 남성은 230만 8171명, 여성은 440만 8635명으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1인 가구가 확대되면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상품 및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탄생하는 긍정적인 점도 있다.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와 1인 가구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사회적 부담은 늘어만 간다. 특히 혼자 사는 고령자는 동거 가족이 없기 때문에 가족이 아닌 사회의 지원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재원을 확보하여 간병보험제도를 강화하고 간병 인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여태까지 일반적이라고 여겼던 ‘결혼해서 자식을 낳아 기르는’ 전형적인 가족상이 다양화 되고 있는 사실을 받아 들이고 이에 맞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되는 사회상에 맞추어 최근 등장한 고령 1인 가구를 새로운 주거 형태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2021년 봄, 도쿄 에도가와구에 1채의 쉐어 하우스가 탄생하였다. 주로 젊은이들 머무는 쉐어 하우스일 것 같지만 이 곳의 입주자들은 조금 특이하다. 현재 거주 중인 4명은 모두 60~70대 여성이다. 희망자에게는 직업을 소개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이 곳은 일본 최초의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고령자 쉐어 하우스’이다. 구에서 운영하는 빈 집 대책사업을 이용하여 방 6개와 거실, 주방이 있는 2층 집을 리모델링하여 쉐어 하우스로 만들었다. 2층의 방 4개를 입주자 각자의 방으로 사용하고 거실, 부엌, 욕실 등은 공용이다. 

왜 쉐어 하우스를 선택했을까. 71세의 여성은 “혼자 살 때는 외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잘 때도 TV를 켜 두었다”고 말한다. 74세의 여성은 “여기라면 고독사 걱정이 없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낮에는 각각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고, 저녁에는 거실에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휴일에는 서로 자유롭게 보내는데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는 것이 서로에게 좋다고 한다. 

고령 1인 가구에 있어 주거 문제는 절실하다. 건강에 문제가 없더라도 나이를 이유로 임대 계약을 거절당하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부상이나 병에 대한 걱정도 깊어져만 간다.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쇼가이겐에키 하우스 (生涯現役ハウス)’는 “건강한 고령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싶다”라는 생각에서 고령자의 일자리 주선과 공동 주거를 결합한 비즈니스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시니어 뿐만 아니라 고령자와 젊은이가 한 지붕 아래 사는 케이스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교토는 동거를 희망하는 고령자 세대와 대학생을 중개하는 사업을 2016년부터 시작했다. ‘차세대 하숙’이라고 이름 붙인 이 서비스는 고령자 주택의 공실을 학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여태까지 총 43팀을 매칭하였는데 방을 빌려준 고령자와 학생 모두 만족감을 표시한다. 

일본의 65세 이상 1인 가구는2040년에는 여성 약 540만명, 남성 356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 여성은 4명 중 1명, 남성은 5명 중 1명이 혼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고령자가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다. 

고령 1인 가구를 위한 인프라와 제도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령자 간, 혹은 고령자와 다른 세대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주거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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