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노미뉴스=지현호 기자]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서 쓰이는 말이다. 법치국가에서 법 집행은 절대적으로 공정하고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정치인·재벌 등 권력을 가진 자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을 이끄는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두 아들에 대한 재판도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온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구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와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조현범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6억1500만원을 조현식 부회장에게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현범 대표는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협력업체 대표로부터 납품 유지 등을 대가로 매달 500만원씩 123차례에 걸쳐 총 6억1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여기에 그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계열사 자금을 매월 200만~300만원씩 102차례에 걸쳐 총 2억6500여만원 빼돌렸다.
심지어 비자금을 숨길 목적으로 지인의 매형과 유흥주점 여종업원 부친 명의 등 차명계좌를 이용하고 은닉했다.
조 대표는 이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고 법원도 이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 부회장은 친누나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여원의 인건비를 지급(업무상횡령)했다.
업무상 횡령죄는 일반 횡령죄보다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또 횡령으로 취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의 적용도 받는다.
이에 조현범 대표의 경우 특경법 적용 여부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조 대표측은 하청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정 청탁은 아니라고 주장, 특경법 적용을 피했다. 돈을 건넨 하청업체가 "돈을 송금했지만 개인적 선의고 부정한 청탁은 아니었다"고 증언한 것이 참작된 결과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조양래 회장의 두 아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초기부터 두 형제가 죄를 인정했고, 피해자들과 합의를 통해 선처를 이끌어낸 부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조현식·조현범 형제가 '가진자'이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실제로 과거 한 중국집 배달원은 77만여원을 횡령해 생활비로 쓴 죄로 실형을 받았다. 한 식당의 종업원은 수년간 수백만원을 훔쳤다가 덜미가 잡혀 실형에 처해졌다.
조현범 대표가 횡령한 금액에 비하면 '푼돈'이다. 그야말로 '소 도둑은 풀려나고 바늘 도둑'은 갇힌 꼴이다.
매번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고무줄 형량'을 막기 위한 양형기준 강화 목소리가 나오지만 사법현실은 그대로다.
이날 재판에서 박 부장판사는 "조 대표는 장기간에 걸쳐 (협력업체로부터)자금을 마련한 데다 수수금액도 매우 크다"며 "회사 자금도 빼돌렸고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돈을 숨기려고 차명계좌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조 부회장 역시 회사자금을 횡령해 그 피해금액이 적지 않다"면서 "다만 조 대표와 조 부회장이 배임수재 및 횡령금액을 전부 반환해 증재자 및 피해자들이 선처를 구하는 점, 회사 지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범죄사실을 다 시인해 전부 유죄로 인정한다"면서도 "형사처벌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은 (사회에)나가서 회복하도록 노력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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