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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나성재 칼럼] 이발비 5천원을 깎다

by 1코노미뉴스 2021. 12. 2.

[1코노미뉴스=나성재 CTP Company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새로운 미장원을 개발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커다란 통창의 미장원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주방이 개방되어 믿음이 가는 음식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장은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내 머리모양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해 주었다.

"원장님에게 가족이란?"

"울타리, 사랑, 음..... 희생."

원장은 내 질문을 받고 울타리라는 대답을 했다가 잠시 눈을 굴리며 고민하다가 희생이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요즘 우리 집에서도 이런 질문을 아내와 주고받는다고 말했더니 원장이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질문 하나를 더 했다.

"원장님에게 남편이란?"

“측은지심.” 

질문과 동시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측은지심에 피식 웃음이 터졌다.

“처음부터 측은지심이었나요?”

"음, 처음엔 사랑, 그다음에 아이들의 아빠, 지금은 측은지심인 것 같아요."

머리를 만지는 손은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진지하게 대답했다. 

"남편과 좋은 친구로 지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손님들을 보면 정말 무늬만 부부로 사는 사람이 참 많아요." 

나는 원장의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40여 년 가까이 쌓인 미장원 현장 고객의 데이터에 근거해 추출한 결론이니 말이다.

어느새 머리 손질이 끝났다. 이발비를 건넸더니 만 원만 받고 나머지 돈은 돌려주셨다. 이렇게 질문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재미있었다며 오천 원을 깎아주었다.

"내게 미장원이란?"

기쁜 나머지 서비스로 원장에게 질문을 하나 더 해드렸다.

"내 인생이에요
지금까지 미장원을 한 번도 쉰 적이 없어요
미장원은 내 인생 자체에요."

아내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사랑을 지나 지금은 아이들의 아빠에서 측은지심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집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현 CTP(Coaching To Purpos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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