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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가정의달 특집 '1인 가구의 삶' ③노년] 홀로 맞는 죽음..."민폐될까 걱정"

by 1코노미뉴스 2021. 5. 27.

사진=미리캔버스

5월은 전통적인 다인(多人) 가구 중심의 사회에서 가족을 돌아보고 함께하는 날이 많다. 그러나 요즘은 '혼자'인 사람이 10집 중 3집을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보면 그 비중은 2047년이면 37%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1인 가구 중심의 인구구조 변화는 세계적 흐름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부의 인식 역시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 1인 가구가 가족의 한 형태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법·제도와 사회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가정의 달, [1코노미뉴스]가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된 1인 가구의 삶을 돌아봤다. -편집자 주

[1코노미뉴스=정윤선 기자] 5월은 가정의 달이면서 반대로 김옥분 할머니(82세.정선 신동읍)에게는 잔인한 달이기도 하다. 생사를 모르는 딸을 기다린지도 어느새 5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가슴에 달아 줄 카네이션이 그리워서가 아니다. 죽기 전에 딸과 함께 밥 한 끼 먹고 생을 마감하는 게 소원이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죽은 후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하나 있는 자식마저 연락조차 안되니 한참을 방치돼 있을까봐, 그게 걱정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할머니는 잘 때도 문을 열어놓고 잔다고 했다. 언제라도 발견하기 쉽게 하기 위함이라고. 

정선 시골 마을에는 김 할머니처럼 홀로 지내는 어르신이 대부분이다. 근처에 사는 박순녀 할머니(79.정선 신동읍)는 최근 좋아하던 경로당 발길을 끊었다. 몇달전부터 거동 조차 힘들어 혼자는 도저히 경로당까지 가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박 할머니는 "자식들한테 민폐가 될까봐 아파도 참고 지낸다. 이렇다 살다 죽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주변에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는 게 박 할머니의 말이다. 그는 "외로움 싫지만 남들에게 폐를 끼치는 건 더더욱 싫다"고 손사래를 쳤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법적으로는 자식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이종배 의원(충북 충주)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우리나라 노인 인구 추이’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수는 2016년 127만 5316명에서 2021년 167만 416명으로 30.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노인인구 대비 독거노인 비율은 전남이 25.6%로 가장 높았고, 이어 경북 23.4%, 전북 23.2%, 경남 23.1%, 강원 22.5% 순이다. 청년층 인구의 유출로 고령화와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 지역의 노인 독거율이 높은 셈이다. 

지난해 기준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한 ‘초고령사회’는 전남(23.1%), 경북(20.7%), 전북(20.6%), 강원(20.0%) 등 4개 지역이다.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은 세종 16.0%이며, 서울 16.4%, 경기 16.5%, 인천 18.1% 순으로 비교적 고령화율이 낮은 수도권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독거노인 수가 늘면서 부양가족이 없는 무연고 65세 이상 노인의 고독사도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65세 이상 인구 사망자 수 및 무연고 사망자 수’에 따르면, 무연고 노인 사망자 수는 2015년 666명에서 2020년 1331명으로 약 2배(99.8%) 가까이 급증했다. 고독사란 마지막 죽음에서 홀로 지내다 죽는 경우를 말한다. 가족·이웃·친구 간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던 사람이 사망한 후 통상 3일 이상 방치됐다가 발견된 경우가 대다수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점차 고령화되자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인생의 '제2막'을 새롭게 시작하고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고용률이 낮고 경제기반이 불안정적인 노인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라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안정적 소득 자산이 기반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빈곤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따라 각 지역 지자체도 노인 1인 가구 복지 정책에 발 벗고 나섰다. 그 대표적인 게 안심케어 서비스 사업이다. 해당 서비스는 휴대폰 수·발신 이력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한다. 특정기간(1일) 동안 통화기록이 없거나 자동안부콜 서비스 미수신 시 담당 직원에게 자동으로 대상자의 상태를 알려 현장방문토록 한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 관계자는 "홀몸 어르신이 겪게 되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한다"면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보급해 말벗, 음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24시간 긴급 구조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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