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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LH 직원 땅투기에 온 국민 분노한 이유

by 1코노미뉴스 2021. 3. 7.
  • 무너진 계층 사다리…투기 심리만 가득

[1코노미뉴스=지현호 기자] LH 직원들의 광명·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치솟은 부동산 가격에 폭발 직전인 민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며 '발본색원'을 지시하고,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둘러 임기 중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불씨가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사과하고 일을 마무리하려는 듯하다. 동시에 LH도 발 빠르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전수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징계 등 인사조치 및 수사 의뢰 등 법적 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발 빠른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오히려 LH는 물론 부동산 정책 관련한 공기업, 공무원과 청와대, 국회의원 등도 모두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어차피 전수조사니 뭐니 해도 투기로 산 부동산에 대해 환수도 못 할 것 아니냐. 회사 잘리는게 문제냐. 나 같아도 투기했을 것"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러한 울분의 배경에는 무너진 계층 사다리가 있다. 2030세대는 터무니없이 뛴 집값을 보면서 평생 일해봐야 지금의 처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심각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이른바 '영끌 투자'에 젊은층이 대거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부동산·주식·가상화폐 등 투자로 돈을 불리지 않으면 단 한 계단도 오르지 못한 채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은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20대 청년 1인 가구는 "5평 남짓 원룸에서 4년을 살았다. 공무원 준비를 계속하는데 사실 공무원이 된다 해도 월급을 생각하면 삶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며 "친구들 만나면 누가 주식으로 얼마 벌었고, 누구는 엄빠찬스랑 대출 끌어서 산 아파트가 대박이 났다고 말한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재산을 불려간다는 말이 오히려 허황된 소리 같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외치던 캐치프레이즈 중 하는 '개천에서 용 나는 세상'이다.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투자, 투기로 한순간에 떼부자가 되는 '불공정한 용'이 아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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