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판토스-협력사-특수고용직, '죽음의 사슬'
"저희 신랑은 에어컨 없이 더운 곳에서 무거운 실내기 실외기 옮기고 난간에 매달려 일하는 육체노동자이며, 일 났을 때만 사장이라 책임 전가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이네요. 개같이 열심히 충성하며 일한 죄밖에 없습니다. 부디 고인과 저의 신랑의, 힘없는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간곡한 마음으로 청원 부탁드립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달 21일 경기도 광명시의 한 상가빌딩 4층에서 에어컨 설치 중 추락한 설치기사의 안타까운 사연이 올라왔다.
안전사고로 추락한 에어컨 설치기사 2명 중 한 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한 상태인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다는 내용이다.
청원인은 "사고 후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돌아오는 말이 '당신 일은 당신이 알아서 해야지 왜 LG를 들먹이냐'는 말이었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어 "이렇게 대하면 세상에 알리겠다. 죄는 없을지 몰라도 책임은 있지 않으냐"고 말하니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해줄 것도 안 해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고를 당한 청원인의 남편은 LG전자로부터 에어컨 설치를 하청받은 같은 1차 하청업체 '판토스'로부터 다시 2차 하청을 받은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다.
판토스는 LG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다. 사실상 LG전자의 가전제품 설치를 전담한다.
사망한 직원은 게시자의 남편이 채용한 직원이다.
에어컨 설치는 대표적인 위험업무다. 건물 외벽에 실외기를 설치하거나 점검하는 작업은 추락 위험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로 인한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김용균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도 에어컨 설치기사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간접고용의 굴레는 무엇하나 바뀐 것이 없다. LG전자에서 판토스로, 판토스에서 하청업체로, 하청업체에서 특수고용직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사슬'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사고 이후 보상 처리도 난제다. 특수고용직은 '개인사업자'로 사실상 산재로 인정받기 어렵다. 억울함을 호소해도 법원에서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원인은 "LG 매뉴얼대로 교육받고, 실시간으로 이동 중에 감시를 받고, LG 유니폼에 정장바지, 단정한 머리 용모까지 관리받는다. 고객에게 매우만족을 받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거나 추가 교육을 다녀와야 한다"며 "LG에서는 저희를 협력업체 사장이라 칭하지 않고 설치기사님이라고 부르고 LG직원이라 교육받는다. 그런데 사고가 나니 사장님이란다"고 호소했다.
청원인의 호소에 대해 판토스측은 "그런 일 없다"며 "협력사를 통해서 피해자측 지원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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