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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슬픔을 참으라고? 참으면 참아지나

by 1코노미뉴스 2020. 4. 13.

 

[1코노미뉴스=박진옥]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슬픔의 유효기간이 없는 이유는 슬픔이 단지 시간이 지나간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모 혹은 자식, 그리고 아내 또는 남편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삶의 큰 충격이다. 어떤 경우에는 삶을 뿌리째 흔들어 놓기도 한다. 특히 심리적 충격에 따른 슬픔은 단순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 같았던 사람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이별이 주는 안타까움. 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상실감. 또는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분노, 절망감 등 뭐라고 한 가지로 정의하기 어려운 다양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감정은 그냥 참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바쁜 일상 가운데서 더 열심히 일하면서 슬픔을 잊으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일부러 쾌활하게 웃으면서 슬픔을 느끼지 않으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절하게 표현되지 않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문득문득 주체할 수 없는 슬픔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기도 한다.

 

슬픔은 누구에게든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 사회는 슬픔을 억제한다. 슬픔을 대놓고 표현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슬픔을 사람들과 제대로 나누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울면 “울지 말라”고. “이만하면 됐다”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한다. 슬픔을 참으라고 한다. 슬픔을 참으면 참아지는 것일까?

 

나눔과나눔이 진행하는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자원활동 오시는 분 중에 50대 초반의 남성분이 있다. 이 분은 장례가 끝나면 꼭 걸으면서 버스를 타고 간다. 함께 차를 타고 가자고 권해도, 버스 타면 ‘여행’ 떠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1년 가까이 활동을 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무연고사망자 화장이 끝나고 수골을 기다릴 때, 남편을 먼저 보낸 아내의 통곡 소리가 화장장을 가득 메웠다. 그때 이 분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5년 전에 아내를 먼저 보냈어요.”라며 아내를 갑작스럽게 보낸 슬픈 이야기를 꺼내 놓으셨다. “그때 장례를 어떻게 치렀는지도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시면 장례 후에 아이들과 살아가야 하니 계속 직장을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고, 1년 가까이 되었을 때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어떻게 이렇게 하고 사셨어요?”라며 상태가 심각하다고 진단했다고 한다. 이 분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아내를 먼저 보낸 깊은 슬픔을 간직하고 계셨다. 그래도 다행이다. 무연고사망자 장례에 참여하면서 본인의 슬픔과 마주하고, 누군가에게 본인의 슬픔도 꺼내 놓을 수 있으니.

 

최근 앞에서 언급했던 세 분의 사연처럼 ‘나눔과나눔’에 자신들의 슬픔을 꺼내 놓는 분들을 만나며 한국 사회가 나눔과나눔에 요구하는 또 하나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 언제든 편하게 와서 자신의 슬픔을 꺼내 놓을 수 있는 곳, 슬픔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곳으로서의 ‘나눔과나눔’. 언제쯤 누구나 편하게 와서 자신의 슬픔을 꺼내 놓을 수 있는 그런 작은 찻집 하나 운영하는 상상이 너무 무리일까?

 

슬픔이야말로 사회구성원들이 가슴을 맞대고 계속 얘기해야 할 주제다. 하지만 아직 한국 사회는 슬픔을 표현하는데 서툴다. 특히 남자는 태어나서 딱 3번만 울어야 한다는 말로 슬픔을 참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이제는 슬픔을 자연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할 때이다. 슬픔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곧 그 사회의 건강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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