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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코노미

[정희정의 모나리자]파리지앙식 여름 사용 백서

by 1코노미뉴스 2021. 8. 24.

[1코노미뉴스=프랑스 정희정] 올여름 유난히도 파리에는 많은 비가 내렸다. 파리에 한국 장마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한인들 사이에서 종종 들렸다. 지난해와 같은 폭염, 여름 무더위를 올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30도를 웃도는 평범한 여름 기온은 올해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파리지앙들은 아니다. 비가 자주 내리니 우중충한 날씨가 다반사여서 어서 빨리 파리를 떠나 바캉스를 즐기고 싶다고 현지인들은 아우성이다.

해가 쨍쨍한 날이면 테라스에 손님들이 꽉 차고, 인기 있는 카페는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보건 패스(Pass sanitaire)가 필수인 뒤로 많은 가게들에 손님이 줄었는데도 잔디가 무성한 파리 공원에서 수영복을 입고 태닝을 즐기는 것 또한 파리 여름의 흔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일 드 프랑스 날씨를 예보하는 Météo Paris(메테오 파리)는 올여름 날씨가 예년보다 시원하다는 말에 ‘Oui ou Non’(맞기도 하지만 아니다)라고 밝혔다.

메테오 파리는 지난 1일 프랑스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0.5도 높아 가장 더운 날씨였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1일부터 8월 11일까지 프랑스 평균 기온을 보면 평년보다 0.6도 낮은 20.07도였다면서 어느 때보다 쌀쌀한 여름방학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내내 파리는 31도를 넘겼다. 오랜만에 파리에 찾아온 ‘무더위’였다.

오랜만에 여름 옷을 입고 운하가 있는 La Villette(라 빌레트) 공원을 찾았다. 프랑스는 완연한 바캉스 기간으로 바다를 찾아 휴가를 떠난 파리지앙들로 인해 최근 파리는 정말 한적하다. 그러나 라 빌레트 공원에는 해를 따라 나온 파리지앙들로 넘쳐났다.

라 빌레트는 가족과 친구들이 나들이하기 좋은 공원 중 하나지만 바캉스 기간이어서인지 홀로 주말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운하를 낀 잔디밭 위에 비치타월을 깔고 수영복을 입은 채 누워있는 파리지앙들. 

여성들은 옷 안에 속옷 대신 비키니를 입고 태닝을 하고, 남성들의 경우 대부분 웃옷을 벗은 채 해를 맡고 있었다. 차림새는 다양했지만 대부분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있었다. 독서와 태닝을 함께 즐기는 파리지앙식 ‘여름 사용 백서’다.

30도가 넘고 햇볕이 꽤 강한 날이었지만 나무가 많은 그늘보다 해를 그대로 맞을 수 있는 평평한 잔디밭에 오히려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오랜만에 해를 본 필자도 팔을 걷어 올려 햇볕에 살을 그을려봤다.

사실 올해는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예보하는 기사들이 많았지만 폭염은 다행히 없었다. 필자가 파리에 살았던 몇 년을 비교해도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이었다. 주말이 지나고 이번 주 파리 기온은 20도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는 가을 옷을 꺼내입었다. 혹여나 이상 기온 현상으로 올겨울은 너무 춥지 않을까 하는 기우는 잠시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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