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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코노미

[이슬아의 獨신생활]독일, 일요일 상점 영업 둘러싼 뜨거운 논쟁

by 1코노미뉴스 2020. 9. 29.

[1코노미뉴스=이슬아] 토요일에 장을 보면서 꼭 자문하는 말. '뭐 더 필요한 거 없지?'

평소보다 토요일에 쇼핑리스트를 더 꼼꼼히 챙기는 이유는 그다음 날이 대다수의 상점이 문을 닫는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독일에 방문해 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유럽의 많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주유소, 빵집, 약국, 몇몇 슈퍼마켓 등의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점들은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소위 고요하고 조용한 일요일이다.

독일에서는 1900년에 상점 영업에 대한 최초 법률이 제정된 이래로 여러 차례 개정이 이루어졌지만 일요일 휴식에 대한 개념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당시 큰 영향력을 가진 기독교적 세계관에 토대로 만들어진 일요일에 관한 법률은 현재까지 근로자들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며, 집회 참여의 기회 등 보장하고 있다.

법률 개정으로 인해 대부분의 연방주의 상점 개장시간이 시민들의 변화된 생활 및 소비 습관에 맞추어 변경되었는데 이의 일환으로 대부분의 연방주에서는 도시 축제와 같은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경우 연간 4회 일요일에 상점을 여는 것이 허용되었고 베를린 같은 경우에는 이보다 더 자주 일요일에 매장을 개장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지난 월요일 베를린 행정 법원은 코로나로 인해 10월 4일과 11월 8일에 예정되었던 두 번의 ‘쇼핑이 가능한 일요일’ 이벤트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함께 예정되었던 통일 30주년 기념행사와 재즈 페스티벌 행사 내용도 대폭 축소하거나 온라인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말할 것도 없이 독일에서 일요일 상점 영업을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독일 소매 중앙협회 (HDE)와 대형 백화점 및 쇼핑몰 측은 연간 4회의 쇼핑이 가능한 일요일은 충분치 않다며 도심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요일 상점 개장 자율화를 계속하여 촉구하고 있는 반면 종교단체는 기독교 전통을 근거로, 노동조합 측은 노동시간이 근로자들의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며 사실상 경제적 이윤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매번 뜨겁게 논의되고 있지만 의견을 한 데로 모으는데 어려움이 있어 보이는 이 논점은 현재 코로나로 인해 지자체, 기업, 협회 및 노동조합과 같은 관계자들이 모두들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다.

고요하고 조용한 일요일. 이따금은 새삼스럽게 불편하기도 때로는 너무나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온전한 휴일에 감사하며 독일에 있을 때 만큼은 고요하고 조용한 일요일을 계속하여 영위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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