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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재훈 칼럼] 마을이 있어 가능한 1인 가구 이야기, 「채비」

by 1코노미뉴스 2020. 9. 2.

[1코노미뉴스=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 「채비」는 2017년 개봉 영화다. 엄마 애순(고두심)이 서른 살 지적장애 아들 인규(김성균)의 혼삶을 준비하는 애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채비」는 2005년 개봉하여 5백만 명 이상의 경이적 흥행 기록을 세운 「말아톤」을 연상케 한다. 「말아톤」이 발달장애, 「채비」는 지적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차이가 있지만, 혼자서 살아가기 어려운 아들과 아들을 돌보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장애자녀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니 비장애 자녀와 갈등을 겪는 이야기 전개도 두 영화가 비슷하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공통점은 다음 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말아톤」을 보자. 발달장애 아들 초원(조승우)을 돌보는 엄마 경숙(김미숙)이 인터뷰를 요청한 기자에게 하는 이야기다.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셨잖아요? 초원이가 저보다 하루 먼저 죽는 거예요. 그러려면 내가 백 살까지는 살아야 되겠죠.” 「채비」에서 엄마 애순은 교회에 나오라는 목사에게 “나랑 우리 아들 한날 한시에 뒈지게 해달라고 (하나님에게) 쇼부나 좀 봐 주쇼.”라고 매몰차게 이야기한다. 혼자서 살기 어려운 장애자녀를 두고 먼저 눈을 감을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을 두 영화에서는 그렇게 표현한다. 발달장애ㆍ지적장애 자녀를 둔 수많은 부모들이 가슴 속에 묻어두고 사는 말이다. 

그런데 「말아톤」은 아들과 엄마가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에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채비」는 혼자가 되어야 하는, 그리고 혼자가 된 아들의 삶으로 이어진다. 「말아톤」은 어린 초원이가 마라톤 외에 무엇을 하며 인생을 스스로 살아갈 지 잘 모른 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만을 결말에서 보여준다. 반면 「채비」의 서른살 인규는 지적장애인이 1인 가구로서 삶을 준비하며 또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한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지적장애 아들을 서른살까지 돌보면서 살아온 애순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생긴다. 뇌종양 3기, 6개월에서 길어야 1년 정도 남은 수명이다. 조건이 좋은 그룹홈 같은 시설에 인규를 맡기려 하지만 자리가 없다. 생활조건이 열악해 보이는 대규모 시설에는 인규가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평생 바깥에도 제대로 못나가고 갇혀 늙어갈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소름이 끼친다. 시설에 인규 맡기기를 포기한 엄마 애순은 아들의 혼자살기 준비를 시작한다. 

혼자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먹는 것인 듯하다. 1인 가구 지원사업에서도 ‘요리하기, 소셜 다이닝’ 등 식사 관련 프로그램의 비중은 중요하다. 엄마는 먼저 인규가 가장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 만들기를 가르쳐준다. 밥 하는 법, 전자레인지 사용법, 장보기, 버스타기 등도 가르친다. ‘모자라는’ 아이에게 소용없다면서 거부했던 장애인 취업훈련 프로그램에도 참여시킨다. 인규는 그렇게 제과점에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유치원 선생 경란(신세경)과 친구맺기도 한다. 인규는 남들에게 인사하는 변화를 보인다. 엄마에게 갑자기 닥친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었다면 ‘혼자’ 먹고 다니고 일하며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을 인규는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규의 혼자살기 연습 과정은 「말아톤」에서는 볼 수 없는 요소를 보여준다. 「말아톤」에는 ‘가족’만 있는데, 「채비」에는 가족과 더불어 ‘마을’이 있다. 혼자 살아도 원가족과의 관계가 힘이 될 수 있다. 엄마의 죽음 후 인규는 동네 가파른 계단을 혼자서만 올라가야 한다. 불꺼진 집에 들어와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누나가 끓여놓고 간 찌개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인규에게는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관심 갖고 보살펴주는 이웃이 있는 마을이 있다. 지적장애를 소재로 하였지만, 이렇게 영화 「채비」는 혼삶이 그 자체로서 가능하고 의미 있을 수 있는 토대로서 마을의 존재를 보여준다. 

누나만 있었다면 인규에게 혼자살기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인규를 품어주는 마을을 만들어주고 하늘나라로 갔다. 「말아톤」의 엄마와 「채비」의 엄마가 다른 점이다. 「말아톤」이 나온 2005년과 「채비」가 나온 2017년 사이에 일어난 많은 사회적 변화가 영화에 반영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혼삶은 단절된 삶이 아니다. 마을 안에서 서로 만나면서 더욱 풍성해질 수 있는 삶이다. 「채비」에서 찾을 수 있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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