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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정책

[르포] "고맙고 행복해요"…노인 웃음 되찾은 '보배케어안심주택' 가보니

by 1코노미뉴스 2021. 12. 10.

사진=1코노미뉴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에 생활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같은 또래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앞으로 100세까지 건강하게 가족처럼 서로 도우면서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1코노미뉴스=안지호 기자] 지난 8일 지하철4호선 중앙역에서 마을버스로 15분, 도보 5분을 걸어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보배케어 안심주택'을 방문했다. 적색 벽돌로 깔끔하게 지어진 건물은 주택가 사이에서도 눈에 띄었다. 입구는 보안장치가 있어 외부인 출입이 제한됐다. 안내를 받아 내부에 들어갔다. 오전 10시가 되자, 약속된 듯 1층 커뮤니티 공간에 6명의 어르신이 모였다. 입주민으로 평균연령은 75세, 홀몸 어르신이다.

보배케어 안심주택은 2019년 안산시와 LH가 지역사회 통합돌봄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6월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완공과 동시에 입주를 시작했고 총 9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전용 면적은 세대당 29.7㎡로 거실 겸 부엌, 화장실, 방 하나로 구성됐다. 안산형 안심주택은 이곳 고잔동 말고도 일동에 한 곳(10가구 규모) 더 있다.

이러한 노인 주거복지 정책은 선호도가 높은 정책이다. 보배케어 안심주택 역시 지역사회에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 입주 어르신들의 생각은 어떨까. [1코노미뉴스]는 이날 선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노인케어 프로그램 '보배포트락'에 참여해 어르신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보배포트락은 입주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함께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다만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어르신들이 입주 후 생활상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는 각 가정에서 따로 할 수 있도록 복지관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나눠줬다.

보배케어 안심주택에서 진행 중인 '보배포트락'./사진=1코노미뉴스

보배포트락에 참여한 정덕환(가명) 할아버지는 "안심주택 주변이 조용해서 너무 좋고, 안산시 복지기관에서 나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정혁도(가명) 할아버지는 "깨끗하고 좋은 환경이어서 좋았고, (올해를 돌이켜보며)평소 건강에 소홀했다는 점이 후회가 됩니다"라면서 "안심주택에 입주하기 전에는 이웃 간 소통도 전혀 없었는데, 이곳에 입주를 하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행복해요"라고 말했다.

최용옥(가명) 할머니는 "조용해서 혼자 살기가 괜찮고,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좋았어요. 아쉬운 점이 하나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대부도에서 이곳으로 입주를 했다는 정순자(가명) 할머니는 "입주하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금까지 살아오던 곳을 떠나 어떻게 살까 싶었는데, 그래도 오니까 깨끗하고, 조용하고 여러분이 도와주신 덕분에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말하는 '도움'은 무엇일까.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보배케어 안심주택에는 다양한 돌봄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다. 노인 복지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방문주치의 사업 연계 케어안심(방문의료) 운영과 스마트 돌봄시스템, 맞춤형 영양서비스, 건강동행 서비스, 복지관과 연계한 사례관리 지원, 지역사회 복지자원 연계 등이다.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각자 방으로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을 뒤로하고 건물 내부를 살펴봤다. 주택은 총 5층으로 1층에는 커뮤니티 시설이, 2·3·4 층에는 각 3호씩 총 9가구의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에 맞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옥상에는 어르신들이 빨래를 널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작은 정원이 마련되어 있다.

정원에 올라가니 정순자(가명) 할머니가 운동을 하고 계셨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면서 현재 가장 만족하는 부분과 아쉬운 부분에 대해 물었다.

정순자 할머니는 "혼자 살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 좋아요. 너무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은 딱 적당한 공간에 만족하고 있어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동사무소, 마트 같은 편의시설이 너무 멀다는 점은 아쉬워요"라면서 "복지 관련해서 동사무소를 방문할 일이 많은데 노인들이 가기에는 조금 멀어요"라고 말했다.

안심주택에 입주하신 계기에 대해서는 "대부도에서 딸과 함께 횟집을 운영하다 잘 안돼서 어려워졌어요. 딸도 자기 생활이 있으니까. 어려운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 대부동 복지관계자분이 소개해주신 덕분에 직접 신청해서 입주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정순자 할머니는 이곳을 안내해준 대부동 복지관계자에게 항상 친절했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정원에서 만난 정순자(가명)할머니./사진=1코노미뉴스

정순자 할머니와 담소를 나눈 후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궁금해 정덕환(가명) 할아버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정을 방문했다.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어르신을 고려해 출입문은 넓고 실내에 문턱이 없도록 설계됐다. 주방을 지나면 방이 있는 일자형 구조다. 화장실도 어르신들이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넉넉했다. 또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세면대, 천장에는 어르신이 겨울철 샤워를 하더라도 추위에 떨지 않도록 온풍기가 설치돼 있었다. 어르신이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문턱을 없애고 방안 곳곳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했다. 냉장고, 에어컨, 가스자동차단기와 응급상황을 알리기 위한 응급비상벨, 움직임을 감지해 고독사를 방지하는 스마트플러그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

정덕환 할아버지는 이곳에 가장 먼저 입주했다고 한다. 그는 "노인은 안 씻으면 금방 냄새가 나잖아. 그래서 씻는걸 자주 하는데, 이전 LH전세주택에 거주할 때는 샤워실도 너무 좁고 겨울철에 너무 추웠어. 그런데 이곳은 욕실도 넓고 온풍기 덕분에 아주 훈훈해. 그 점이 아주 좋아. 예전에 살던 집과 비교하면 여기는 호텔이야 호텔"이라며 밝게 웃으며 설명했다.

이어 "평소 심장이 안 좋아서 얼굴이 까만색이었어. 그런데 이곳을 입주하고 나서 안색이 아주 좋아졌어. 이곳을 소개해준 복지사도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더라고, 지금 생활에 아주 만족해. 다른 노인들도 이런 시설에 많이 입주할 수 있으면 좋겠어"라고 덧붙였다.

정덕환(가명)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공간./사진=1코노미뉴스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은 안산형 안심주택 입주 조건은 어떻게 될까. 안산시는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을 우선순위로 보고 있다. 안산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을 기본 조건으로 ▲1순위 요양병원 장기입원(181일)후 퇴원 환자 ▲2순위 단기 입원환자(180일 이하) ▲3순위 병원, 시설 입소자 중 지역사회 복귀를 희망하는 대상자 ▲4순위 지역기반 통합건강돌봄모형 실증사업 ▲5순위 재가 만성질환노인 돌봄 유형 등이다. 물론 무료는 아니다. 임대료는 보증금 400~500만원, 월세 20~30만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사회에 속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혼자 사는 고령자 가구는 2020년 166만1000가구(전체 가구의 35.1%)였으며 2037년에는 335만1000가구, 2047년에는 405만7000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령자가 늘면서 각종 사회문제도 겪고 있다. 특히 주거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고시원, 여인숙 등 비주택 주민을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 중 65세 이상 고령 가구가 42.8%에 해당했다. 이처럼 주거빈곤에 시달리는 노인은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경 안산시 복지정책과 주무관은 "이번 안산형 노인 안심주택이 큰 호응을 얻고 있어 앞으로 4군데를 추가로 주택을 확장시킬 계획"이라면서 "이번을 계기로 노인정책에 큰 관심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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