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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정책

비정규직 800만 시대, 40대 1인 가구는 웁니다

by 1코노미뉴스 2021. 11. 2.

"10년 가까이 일하던 회사가 지난해 문을 닫았습니다. 실업급여가 끊길 때까지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했고, 결국 20대 갓 졸업한 청년과 나란히 비정규직으로 포천에 한 스마트팜에 출근하게 됐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에 나이 어린 상사의 지시를 받으려니 자괴감 속에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당장 전세대출 이자랑 생활비가 부족해 퇴근 후에는 중고로 구입한 전기자전거로 이렇게 음식 배달을 합니다."

[1코노미뉴스=지현호 기자] 지난 27일 밤,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이곳저곳을 헤매던 1인 가구 박상훈(43)씨를 만났다. 배달 아르바이트 중이던 박씨는 지도 앱을 따라 처음 온 동네에 왔다가 길을 못 찾아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복잡한 골목길, 간신히 배달을 마친 박씨는 다시 새로운 배달 주문을 받아 식당으로 향했다. 한두 시간이 지난 후 주택가 어귀, 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박씨와 다시 마주쳤다. 배달 앱 사용부터 전기자전거를 타는 모습까지 어색함이 가득했던 그에게 사연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개인사를 토로했다. 

서울 은평구에 홀로 살고 있는 박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상이 무너졌다고 호소했다. 정규직에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박씨는 갑작스레 직장을 잃으면서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기존의 생활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소득이 줄어버린 박씨는 부족분을 채우려고 중고로 전기자전거를 구입해 배달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직이지만, 박씨가 나라로부터 받은 것은 긴급생활안정지원금 뿐이다. 

박씨는 "택배 집하장에 가면 나 같은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나라에서 일자리 지원해 주는 건 청년이나 노인뿐이다. 아마 코로나19가 끝나고 원래 다녔던 회사가 다시 문을 여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요즘 같은 시기에 나처럼 혼자인 사람은 기댈 곳도 없으니 몸도 마음도 더 비참한 것 같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상이 무너진 것은 박씨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한 직업훈련학원에서 만난 이모씨도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씨는 서울에서 작지만 여행사를 운영하던 자영업자였지만, 코로나19에 회사 문을 닫고, 지금은 경기도의 한 물류창고에서 지게차를 운전한다.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이다. 그는 정규직 전환을 위해 중장비 자격증을 추가로 취득하려고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표=통계청

이처럼 고용시장 악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넘쳐나면서 비정규직 숫자도 급증했다. 지난 8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80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임금근로자의 38.4%(806만6000명)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4만명이나 급증한 숫자다. 

정부는 비정규직 증가 요인으로 노인일자리사업 확대, 코로나19 충격, 고령화를 꼽았다. 실제로 노인일자리 사업은 2020년 74만명에서 올해 78만5000명으로 4만5000명 증가했다. 민간부문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2020년 213만2000명에서 올해 240만3000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20대와 40대에서도 크게 증가했다. 20대는 128만3000명에서 141만4000명으로 40대는 130만8000명에서 141만9000명으로 늘었다. 연령에 관계없이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고 있는 셈이다.

불안한 일자리는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정규직으로 안정적 일자리를 지니고, 자신의 삶에 대한 기반을 다지며 홀로 살아가던 1인 가구라면 더욱 치명적이다. 박씨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기댈 곳이 없기에 갑작스러운 소득절벽은 가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이라면 더욱 그렇다. 비정규직의 55.5%는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이다. 10명이 취업하면 5명 이상이 1년 내로 회사를 나간다는 말이다. 반면 정규직은 17.7%만이 1년 내에 회사를 그만둔다. 일자리 안정성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난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고통은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취약계층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이 일자리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표=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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