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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생전정리(生前整理)에서 비즈니스 찾는 일본 기업들

by 1코노미뉴스 2020. 3. 20.

[1코노미뉴스=정희선]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일본의 다양한 종활 (終活, 슈카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서는 2005년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어서기 시작했으며 자연스럽게 건강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웰다잉 (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할 때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을 묻는 질문에 ‘물건 정리 (60.8%)’가 1순위를 차지했다.

 

고령자의 집과 소지품 정리는 사회적 문제로도 떠오르고 있다. 고령 1인 가구가 사망한 후 물건과 집이 그대로 방치되어 처리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친족이나 자식들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의 경우 집을 처분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아예 빈 집으로 내버려두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최근에는 ‘생전정리 (生前整理)’라는 단어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생전정리는 말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먼저 신변과 소지품 등을 정리하자는 활동이다. 남겨진 가족들이 물건이나 신변 정리에 애를 먹지 않도록 필요없는 물건 등을 미리 미리 처분하는 것이다.

 

‘생전정리보급협회 (生前整理普及協会)’라는 이름의 협회도 설립되었으며, 협회에서는 생전정리를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개최하여 누구나 쉽게 생전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정보와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으며, ‘생전정리 어드바이저’ 라는 자격도 만들어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전정리를 도와주는 역할을 직업으로 활동할 수 있다.

 

생전정리가 확산되고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들 또한 생전정리 분야에서 비즈니스 찬스를 보고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고품 매매 전문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전국에 193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중고품 매매 전문업체인 트레져 팩토리 (トレジャー・ファクトリー)는 ‘생전정리 대행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고령자의 자택을 방문하여 물건을 정리해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물건의 가격을 감정하고 매입해주는 출장 서비스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집 청소, 가스 및 수도 공사 서비스까지도 제공한다. 거동이 불편하여 요양원에 들어가 있는 고령 노인이 직접 의뢰하는 경우도 많고 자식들이 의뢰하기도 한다. 물건을 정리해줄 뿐만 아니라 매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감정하여 트레져 팩토리가 직접 매입해준다. 매입한 물건의 가치가 정리비용보다 많아서 고객이 도리어 돈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트레져 팩토리는 중고매매 업계 10위 업체로, 업계 1위인 게오 홀딩스나 2위인 북 오프와 매출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트레져 팩토리는 ‘생전정리 대행 서비스’를 통해 업계 선두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트레져 팩토리는 트레팩 부동산 (トレファク不動産)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물건 정리와 중고품 매입에 더하여 트레져 팩토리가 집까지 팔아주는 서비스로 생전정리를 통째로 맡기는 것이다. 특히 거동이 불편하여 요양원에서 지내는 고령자는 집을 팔고 싶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방치된 빈 집은 일본의 사회적 문제로도 떠오르고 있다. 트레져 팩토리는 이러한 니즈에 주목한 것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트레져 팩토리의 담당자가 집의 개보수까지 제안하고 실행한다.

 

일본 최대의 개인간 (C2C) 중고품 매매를 중개하는 플랫폼인 메루카리 (mercari, メルカリ)도 높아지는 생전정리 수요를 이용하여 고객 베이스를 확대하고자 한다. 메루카리는 최근 고령자 고객층에 주목하고 있는데 일본 가정에서 잠자고 있는 물건, 즉 필요 없는 물건의 가치를 약 37조 엔(약 40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가정에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메루카리는 “메루카리를 통해 생전정리” 라는 마케팅 메세지를 고령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와 비슷하게 ‘생전정리로 여행가는’ 캠페인을 실시, 여행사와 연계하여 고령자들이 판매한 물건대금으로 여행 패키지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60세 이상의 고령자만을 대상으로 메르카리 교실을 개최하여 스마트폰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촬영하고 출품하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고 있다.

 

실제로 2018년 메루카리에는 ‘종활’ 혹은 ’생전정리’라는 키워드를 포함한 출품이 전년 대비 2.5배 증가하였다. 50세 이상의 이용자도 60% 증가했으며, 메루카리를 통해 유품 정리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일본에서는 잠재수요가 큰 생전정리 분야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점점 더 진화하는 서비스로 인해 웰 다잉 (well-dying)을 준비하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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