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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집 안에서 하는 ‘슬기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by 1코노미뉴스 2020. 5. 1.
  • 강지숙 권영찬닷컴 소속 스타강사

 

[1코노미뉴스=강지숙 강사] 코로나19라는 예측할 수 없었던 전 세계적인 인류에 대한 공격 앞에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앞으로도 경보 상황 발생 시 정착되어 쓰일 수 있는 용어가 될 것 같다. 기존의 해석으로 ‘사회적’이라는 말은 집 바깥에서만 해당이 되었다면 이번 코로나 사태부터는 집 안에서의 거리두기까지 포함을 시킨다.

 

따라서 가족끼리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게 되었다. 집을 분리할 수 없으니 가족 중 누구 한 사람이 코로나 의심 증세를 보이면 그 즉시 그전에 공유하던 물건들로부터, 함께 하던 식사 시간으로부터, 함께 나누던 친밀한 시간으로부터 서로를 위한 사랑의 배려로 분리를 명령(?)받고,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명령을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책임까지 부여받게 되었다.

 

집의 안과 밖에서 필요 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두기 혹은 분리를 하지 않으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고, 이것이 또 하나의 인간의 도리 항목에 포함되어 진 것 같다. 왜냐하면 자가 격리를 어길 시 법적인 제재뿐 아니라 동시에 국민의 눈초리가 더 따갑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청소년 자녀를 둔 엄마로서 겪는 집 안에서의 거리두기로 인한 두 가지 극명한 양상에 대해서다. 집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청량한 바깥 공기를 마음껏 쐬지 못하고, 외출 시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고, 심지어 조심스레 피트니스 센터를 가도 마스크와 장갑까지 끼고 오라는 규칙들이 생소하고 의아하고 답답함을 유발시켜도 지킬 수밖에 없는 의무가 생겨났다고 하는 정도로 치자.

 

그러나 집 안의 사정들은 집 바깥에서와는 또 다른 양상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본다.

 

한창 자라나면서 에너지가 충천하고 생명력 있게 움직여야 하는 청소년을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는 것 자체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다른 집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내 주변의 엄마들과 통화하면서 크게 두 부류로 나뉘는 것 같아서 한번 적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 집은 어떤 쪽에 가까운지 한 번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첫째는 ‘애들하고 오래 있으니까 대화도 많이 하게 되고 애들도 숨통이 좀 트여서 그런가, 여유가 있어 보여서 저는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요’ 하는 온건파, 둘째는 ‘에휴 코로나 언제 끝난대요? 너무 힘들어요’ 하는 하소연파.

 

온건파의 입장은 이렇다. 코로나 이 전 아이들의 생활 패턴은 긴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또 바로 학원으로 가서 공부 끝나고 집에 오면 빨라도 저녁 10시나 되어야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중고생 자녀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하루 중 최소 10시간은 부모 자녀 간에 시간적, 공간적 분리가 있어 왔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녀들은 방학 때도 학업 때문에 평소보다 더 빡빡하면 빡빡했지 느슨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현실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방학 외에 코로나로 인해 이렇게 오랫동안 아이들과 집 안에서만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낼 수밖에 없는, 이 전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특수 상황을 맞이하고 보니 엄마로서는 밥하고, 간식 챙겨주고, 장을 아주 자주 봐야 하는 등 일 거리는 엄청 많이 생겨났지만 아이들에게는 평소에 학생의 틀 안에서 경직되고 타이트한 생활을 힘겹게 해내면서 늘 부족했던 육체적, 정신적 쉼의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녀들은 긴장성이 많이 풀어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들다 보니 참 편안해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놀 수 있어서라는 게 아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인해 갇혀있는 집 안의 생활에 순응하게 되고, 온라인 수업을 잘해 나가고 있는 것까지 좋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이 형성된 가정에서는 더 '하하 호호' 많은 이야기도 하고 일상의 팽팽했던 긴장성이 풀리니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더 친밀해지고, 자녀들과 사랑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좋다는 증언들이 내 주변에서는 들려온다. 얼핏 들으면 이게 실화인가? 하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볼지도 모르겠다.

 

물론 실화 같지 않게 여기 있는 분들의 또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동일하지만 평소에도 엄마 기준에 못 미치는 불성실해 보이는 자녀들로 속이 부글부글한데, 차라리 아침에 학교 갔다가 학원 찍고 집에 오면 고정적으로 10시간은 인위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어서 안 보면 그나마 화가 덜 났던 때에 비하면 코로나 이후 하루 종일 빈둥거리기만 하는 모습들을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엄마 기준을 세워두고 자녀들의 생활 패턴을 보다 보면 이해보다는 자녀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 개입해야 하는 정당한 상황들이 너무나 많이 보인다. (물론 아이들은 이런 걸 다 몽뚱거려 같은 ‘잔소리’로 묶어 버리겠지만.)

 

엄마가 지적하며 다소 굳은 목소리와 태로도 나가니 아이들도 다소 거칠게 반응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애나 어른이나 그렇지 않겠는가. 따라서 집 안의 분위기가 맑음과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를 왔다 갔다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행히 나는 전자의 경우를 경험하고 있다.

 

첫째인 고2의 딸과 이미 거친 사춘기를 제대로 보냈고, 폭풍 같은 시기를 지나고난 이후 나는 알고 있었으면서 체험적으로 다시 한 번 깨달았었다. 내가 정해 놓은 기준을 자녀들에게 다짜고짜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그중에는 정말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하는 말도 많은데 그냥 퉁겨진다.

 

그리고 발견했다.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한다고 나 스스로 여기고 있었지만 실상은 자녀를 향해서 내 마음에 들고 안 들고에 따라 ‘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있었던 내 포장된 모습을, 그런 내 모습이 싫어서 자괴감을 느끼면서 변화하고 싶었다. 진짜 사심 없는 사랑을 하며 살겠다고. 그렇게 지향하며 살고 싶다고.

 

그런 내 마음의 결단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슬기롭고 행복한 집안 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이 특수 상황에 맞추어 선 순환적으로 잘 돌아가고 있다. 집콕 초창기에는 방학이 연장돼서 학교 안 가는 것이 좋기만 했던 중2 아들은 이제 점점 시기가 길어지고 따라서 사태가 완화되는 지점까지 오니까 나름대로 놀거리로 하루 생활을 균형 있게 채워 나가고 있다. 평소에는 체력 한계상 또 친구들과 시간을 못 맞춰서 잘 못 하던 축구, 농구를 좀 더 빈번하게 하고, 집 안에서는 홈 트레이닝으로 자기의 몸을 가꾸는 재미로 시간을 잘 쓰고 있다.

 

고2 딸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여유 있게 고민하는 시간도 많이 가지고, 수시로 방에서 나와서 혼자 연습해 본 춤을 웃으면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가 외출한 동안 미뤄뒀던 설거지를 깜짝 선물로 해 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적게 받는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엄마에게 필수품일 것 같다며 아무 기념일도 아닌데 유명 무선 이어폰을 선물하는 아이의 베풂에 엄청 감동했다. 기준을 정하지 않고 사랑하자는 내 마음의 결단 때문일까? 자녀들의 자발적인 사랑의 표현들에 그냥 감동이 물결처럼 밀려온다. 그리고 감사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들에서 서로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사랑으로 주고받는 모든 제스처들 그 자체로 행복감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에 말이다.

 

사과 한 개를 고를 때도 같은 가격이면 좀 더 모양이 예쁘고, 색깔도 선명한 것을 택하듯이 이왕 자녀와 밀착 생활이 주어진 이상 사랑하는 쪽을 택하면 좋겠다.

 

이후로 이런 특별한 상황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 연습도 되고, 또 이런 시간이 안 올지도 모르니 한 마디로 위기 같은 이런 상황들이 사랑의 감정 계좌를 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기도 할 것 같다.

 

이렇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관계 터널이 뚫려 있어야 앞으로도 꼭 필요한 서로 간의 소중한 권면이나 제안이 훨씬 잘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 참 좋다.

 

[필자소개]

강지숙 코칭/교육 전문가는 현재 권영찬닷컴 스타강사로 활동 중이다. 웅진 씽크펀 영어전담교사, 웅진 씽크펀 팀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코칭학회 정회원, 한국코치협회 인증 코치로 300회 이상 강의 경력을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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