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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올레'가 보여주는 남성의 혼삶

by 1코노미뉴스 2020. 4. 16.

[1코노미뉴스=정재훈 교수] 「건축학 개론」에서 「n번방」 을 가능케 하는, 보통 한국남성을 괴물로 만들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 이야기를 하였다. 이후 개인적으로 혹은 다른 경로를 통해 “섭섭하다.”에서 시작하여 “그럴 수 있느냐?”는 남성들 이야기를 접했다. 그런 류의 글을 썼을 때 달린 혐오적 댓글에 비교하면 매우 점잖은 말씀들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러면서 남성들 입장에서 ‘아쉬운’ 반응이 왜 나왔을까 성찰하는 시간도 갖게 된다. 필자의 이야기에 공감은 되지만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이 ‘평가절하’되는 느낌이 든다는 반응을 접하면서 왠지 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여자가 먼저 손을 내밀었을 때 심장이 터질 듯한 설레임과 함께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한 경험을 많은 남성들이 했었고 지금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남성들조차도 젠더폭력의 ‘잠재적 가해자’ 집단으로 이야기하다니... 섭섭하기도 하고 분노할만도 하다.

2016년 개봉한 ‘올레’를 보면 더욱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중필(신하균), 은동(오만석), 수탁(박희순) 이 세 명의 친구들이 제주도에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은 은동을 제외하면, 중필과 수탁은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혼자다. 왜 혼자일까? 중필은 첫사랑의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수탁은 가부장적 사회가 만들어놓은 ‘남자다움’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13년째 고시공부를 하는 수탁은 경제적 능력을 갖춘 가장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연애도 못하고, ‘13년 동안 섹스 한번 못하며’ 살아왔다. 가부장제가 만들어놓은 ‘남자다움’에 갇혀 결혼은 커녕 연애 한번 제대로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점점 많은 여성들이 한국사회의 젠더폭력 구도가 싫고, 시월드가 싫고, 남자가 하는 간섭이 싫어서 혼삶을 선택한다. 그런데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은 있지만, ‘남자다움’의 한계에 갇혀 어느 순간부터 연애조차를 시도하지 못하는 많은 남성들이 있다. 남성적 혼삶의 전형이다. 야동이나 섹스 관련 거친 언어 등으로 현재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지만, 여자친구 한번 제대로 사귀지 못하고 꿈만 꾸는 수탁의 모습이다.

중필은 첫사랑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마흔이 다 되어 가도 혼자다. 사랑의 추억과 아픔 때문에 사회가 강요하는 결혼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남성들도 있다. 선미와의 아픈 첫사랑을 간직한 중필의 모습이다. 이런 남성의 모습은 분명 n번방 남자의 모습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중필 조차도 ‘남성다움’에 갇힌 혼삶을 살게 된다. 선미를 좋아하는 선배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중필은 ‘남성다운’ 용기가 없어서 선미를 자기사랑으로 만들지 못한다.

중필에게 남자는 조건이 좋아야(스펙이 좋아야) 여자를 차지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런 남성다움을 전제로 ‘여자를 차지’하는 것이 중필의 ‘순수한’ 사랑이 갖는 단면이다. 중필은 하룻밤 자기 위해 여자에게 접근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수탁처럼 여성비하 발언으로 비칠 수 있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지도 않는다. 대다수 한국남성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남성들을 젠더폭력의 잠재적 가해자로 규정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식론적 우월감’의 표현일 수 있다. “너희들이 알아, 여자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모르면서 까불지 마!”라는 식의 접근이다. 필자가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드는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여러 경로를 통해 이야기할 때에도 자칫 이런 식의 접근으로 오해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영화 속 중필과 수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내가 필요하다. 중간중간 들을 수 있는 거친 표현들에 집중하다가 이 남자들이 가진 보통의 모습을 놓쳐서는 안될 듯 하다. 성적 욕망을 주체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놈’들로 세 친구들을 ‘악마화’하는 접근은 더군다나 아니다. ‘차지할 수 없었던’ 첫사랑의 추억을 갖고 혼삶을 살아가는 남성의 모습에 집중하면 된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연애할 자격도 없다고 자괴감에 빠져 혼삶을 사는 남성의 모습에 주목하면 된다. 그러면, 한국 남성들이 갇혀있는 ‘남성다움’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차지하는 존재로서 여자’를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돈벌이 잘 못해도 쪽 팔리다는 생각하지 않고 감정대로 연애하자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영화관 입장 공식 관객 수가 7만 명도 넘기지 못하고 영화 ‘올레’는 흥행에 참패했다. 여성이 남성을,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는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 영화의 저조한 흥행 요인 중 하나였다면 과장된 해석일까? 남성의 혼삶이 갖는 의미를 품은 영화라는 관점에서 ‘올레’를 다시 한번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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