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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말뿐인 사퇴' 아닌 한 말에 책임져야

by 1코노미뉴스 2021. 8. 24.

[1코노미뉴스=백혜진 기자]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란 말이 있다. 사내의 한마디 말은 돈 일천 냥보다 무겁다는 뜻으로 입 밖으로 꺼낸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즉,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행보와 정반대의 말이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4일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하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남양유업의 미래를 걱정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이 해당 연구 결과 동물의 '세포단계' 실험 결과를 과장해 발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자 홍 회장이 직접 나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3개월가량이 흐른 8월, 결론만 놓고 보자면 머리 숙여 사죄했던 홍 회장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횡령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던 장남 홍진석 상무가 슬그머니 복직했다. 같은 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국민을 우롱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각에서 매각 '노쇼' 주장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또 5월 사퇴 선언을 했던 홍 회장 역시도 여전히 상근 임원으로 출근을 이어가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초 약속했던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자 남양유업 노동조합은 지난 2일부터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에 공문을 보내 홍 회장의 '국민과의 약속’ 이행, 경영 정상화 대책 제시, 고용안정 보장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며 “하지만 사측의 답이 없어 지난 17일 다시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밝혔다.

시민 단체도 홍 회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4일 홍 회장에 "오너 경영 종료 약속을 지켜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회장직 사퇴와 자식들에게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겠다며 지분 매각까지 약속했던 홍 회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여전히 오너 경영을 하고 있다"며 "홍 회장은 주주와 국민들에게 약속한 '오너경영 마침표' 약속을 마감기한인 이달 31일까지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회장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가짜 사과와 약속을 했다"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 이미지 추락을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론이 심상찮게 흐르자 남양유업 측은 오너 관련된 부분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남양유업 홍보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부분 밖에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며 "오너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노조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것에 대해 남양유업은 더이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 신뢰를 바탕으로 이어갈 기업 정신이 퇴색된다면 나머지 남양유업에 소속된 직원들의 고생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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