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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희선 칼럼] 사람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도 종활 (終活) 필요

by 1코노미뉴스 2021. 7. 21.

[1코노미뉴스=정희선] 일본은 이제 사람의 자녀 수보다 반려동물의 수가 더 많아졌다. 

일본사단법인 반려동물푸드협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일본 전국의 반려견은 890만 마리, 반려묘는 965만마리로 합계 1800만 마리를 넘어섰으며 계속 증가 중이다. 반면 일본 총무성에 의하면 일본의 어린이 수는 2018년 1553만명에서 2021년 4월 기준 1493만명까지 줄어들었다. 반려동물은 이제 소중한 가족의 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으며, 특히 1인 가구에게 있어 반려동물은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반려동물의 수명은 인간보다 짧다. 또한 사람과 함께 반려동물 또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일본에서는 반려동물의 고령화와 죽음을 사전에 준비하는 활동에 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수년간 증가하는 것은 반려동물의 장례와 수속에 관한 문의이다. 반려동물이 죽은 후에는 사망신고를 하도록 되었으며 사체를 취급하는 방법도 정해져 있는데, 이에 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반려동물의 사체를 취급하는 방법은 3가지가 있는데, 자택의 정원에 묻거나, 지자체에 의뢰하거나 혹은 전문업자에게 의뢰하는 방벙 중에서 선택한다. 자택의 정원에 묻는 방법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아파트에 사는 사람에겐 힘든 선택지이다. 지자체에 부탁하면 몇 천원에서 몇 만원 정도에 달하는 저렴한 비용으로 처리 가능하지만 지자체에 따라서는 반려동물을 다른 물건들과 함께 소각하는 경우도 많기에 자신의 반려동물이 함부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따라 최근 늘고 있는 것이 전문업체를 통해 반려동물을 화장하는 방법이다. 화장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반려동물의 크기와 주인이 함께 화장할 때 입회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다른 반려동물들과 함께 화장한 후 유골이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는 ‘합동회장’은 가격이 가장 저렴하나 인기가 없는 코스이다. 주인이 화장시 함께 입회하는 방식은 가장 비싸지만 반려동물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사람들이 주로 선택한다.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형태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절충한 방법으로 전문 업체에게 화장을 맡기고 유골이 주인에게 돌아오는 ‘일임 개별 화장’이다. 

화장이 아니라 동물의 사체를 묻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근 기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본래 일본의 일반 묘지에는 사람 이외에는 매장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반려동물과 함께 묻히고 싶다는 니즈가 높아지면서 사람과 반려동물을 함께 매장하는 것이 가능한 묘지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지난 5월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합동 묘지를 개설한 야마오카 석재 공업 (山岡石材工業)은 반려동물과 함께 묻히는 것에 관해 연간 300건 이상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한다. 

주인이 고령인 경우에는 자신이 반려동물보다 먼저 죽는 경우의 일도 생각해두어야 한다. 특히 1인 고령가구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반려동물을 데려다 키워줄 사람이나 시설을 찾아 유언을 남겨 놓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에게 직접 재산을 남길 수는 없지만 돌봐줄 사람에게 재산의 일부를 양도할 것을 유언으로 정해둔다. 반려동물의 주인이 위탁자가 되고, 반려동물을 키워줄 사람이 수탁자가 되어 신탁 계약을 맺은 후 재산을 전용 계좌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 주인이 사망하거나 요양 시설에 들어가면 전용 계좌로부터 사육비 등을 인수한 사람이나 시설에 지불한다. 

신탁이 아닌 보험상품도 있다. 아스모 소액 단기보험은 보험을 든 반려동물 주인이 사망하는 경우 반려동물을 맡는 사람에게 300만엔 (약 3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이렇듯 사람과 함께 반려동물의 고령화가 사회적 트렌드로 떠오르며 홀로 남겨질 반려동물을 어떻게 돌볼지, 반려동물이 죽은 후에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한 니즈가 팽창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 대국이자 반려동물 대국인 일본에서도 아직 관련 법률이나 규제는 미흡하며 정보도 부족한 편이다.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화장 업체를 선택할 때도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다. 신탁 계약 및 보험상품도 최근 등장하기 시작하여 아직 상품의 수가 부족하고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일본에서도 이에 따른 법과 규제를 정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도 생의 마지막을 잘 정리해야 하는 것처럼 반려동물의 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활동인 ‘반려동물의 종활 (終活)’에 우리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이 많아지고 고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망하는 반려동물의 수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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