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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RE:

[시민RE:] 대한항공 성폭력 규탄과 조원태 회장 佛 외교공로 수훈

by 1코노미뉴스 2020. 12. 18.

18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산업은행 앞에서는 '대한항공에서 발생한 성폭력과 노조활동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1코노미뉴스=지현호 기자] 18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산업은행 앞에서는 '대한항공에서 발생한 성폭력과 노조활동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는 이 자리에서 피해조합원의 발언문을 대독했다. 

왜 대한항공 노조가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까. 노조는 지난 11월 18일 이 사건으로 노동청 담당과장과 면담을 갖고 이어 11월 30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노조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가해자 사직처리는 피해자의 요청에 의한 결과임을 인정 및 잘못된 언론 보도를 정정할 것', '잘못된 내용에 기반한 노조 활동의 정정 및 중지 협조'라는 조건부 조정안이었다. 

이에 노조는 대한항공의 건전·윤리 경영 감시자 역할을 천명한 산업은행에 사태를 바로 잡을 것을 호소하고 나선 것이다.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노조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대한항공에 정규직으로 입사해 본사에서 근무하던 중 소속 부서장으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동료가 이를 신고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A씨를 다른 부서로 발령하고, 업무 부적응 등을 이유로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입과시키는 등 불이익 조치를 했다. 직장 내 따돌림 등 피해까지 더해져 A씨는 몸무게가 30kg 가까이 늘어나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등 건강이 악화되어 휴직을 신청했다. 

휴직이 끝나고 다른 부서로 복귀했으나 직속 상사가 A씨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고, A씨는 또다시 불이익이 반복되는 것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했다. 

가해자는 사건 후에도 A씨에게 끊임없이 연락을 취했음에도 A씨가 계속 거부하자 자신이 만든 업무 테스트에서 아무 이유 없이 A씨를 탈락시키고, 타 부서로 인사이동을 지시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 

또 A씨는 주변 동료들로부터 성희롱성 발언과 괴롭힘을 당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업무배제와 여러 차례의 인사이동 등 2차 피해를 입었다. 

결국 A씨는 변호사를 선임한 후 강간미수 사건과 주변 동료들의 성희롱, 괴롭힘, 그리고 부당한 인사이동에 대해 회사에 알리며 엄중히 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강간미수 사건에 대해서는 내부규정과 달리 아무런 징계조치 없이 가해자를 사직 처리했다.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그리고 인사이동에 대해서는 3개월이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A씨가 조원태 회장에게 진정서를 보내자 그제서야 조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들과 참고인들이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인사이동은 특별한 이상이 없는 통상적인 인사명령이었다’라는 회신을 했다. 

이에 A씨는 가해자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회사의 무책임하고 안일한 성비위 사건 대응에 책임을 묻기 위해 2020년 9월 ‘남녀고용평등법’상 사업주 조치 의무 위반 등으로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재 강간미수 건으로 민사소송 조정 중이며, A씨가 ‘대한항공 내 성폭력, 성희롱 전수 실태조사를 약속한다면,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까지 말했으나 대한항공 측 변호인은 이에 대해 ‘우리에게 결정할 권한이 없다’, ‘실태조사는 조정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1월 30일, A씨와 노동조합은 한진칼 앞 기자회견을 개최해 조원태 회장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고, 조원태 회장에게 노조 입장서를 전달했다. 

최근, 대한항공 변호인 측은 조정안을 통해 ‘실태조사를 하겠다’며 ‘가해자 사직처리는 A의 요청에 의한 결과임을 인정하고, 잘못된 언론 보도를 정정하라’, ‘잘못된 내용에 기반한 노조 활동의 정정 및 중지 협조’하라는 내용이 조건부 조정안을 제시했다. 

A씨는 ‘거짓을 강요하는 비윤리적인 요구는 조정안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12월 9일 공공운수노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며 인수가 이루어질 경우 건전·윤리 경영 감시 역할을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한 산업은행에 대한항공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산업은행의 입장 질의 및 이동걸 산업은행장 면담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14일 ‘저희 은행이 입장을 밝힐 만한 지위에 있지 않다’며 ‘저희 은행이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노조측은 산업은행이 약속한 대한항공 건전·윤리 경영 감시 역할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김태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대한항공은 우리 피해조합원의 사건 신고를 제대로 처리하지도 않았고, 전수 실태조사도 거부하다가 일이 커지니 그제서야 실태조사는 하겠지만 너의 잘못도 인정하라. 노조 활동을 중단하라고 한다"며 "산업은행은 지금이라도 제 역할을 다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관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한항공은 법원의 조정절차에서 피해자인 조합원에게 이 사건과 관련된 그동안의 언론보도에 대한 정정보도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며 "정정보도는 언론보도가 진실하지 아니함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가 청구할 수 있다. 그동안의 언론보도가 진실이 아니었나, 그동안의 언론보도로 대한항공이 피해를 입었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와 가해자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회사를 상대로 정신적 충격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절차에서, 대한항공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폭력을 자행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가운데), 프랑크 리스테르(Franck Riester) 프랑스 대외통상장관(왼쪽), 필립 르포르(Philippe Lefort) 주한프랑스대사(오른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 대한항공

대한항공 성폭력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금일, 공교롭게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프랑스로부터 외교공로 훈장 최고등급인 금장을 받은 소식이 전해졌다. 조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확산에도 재한 프랑스인의 수요를 고려해 인천~파리 노선에 주 3회 직항편을 투입해 온 것을 치하한 것이다. 

대한항공 경영에서 얻은 득(得)을 조원태 회장이 받은 것이다. 대한항공 직원이 회사에서 성폭력을 당하고 직장 내 따돌림까지 당한 사건에 대한 실(失)은 누가 받아야 할까. 

다음은 피해조합원의 발언문이다. 

저는 대한항공 성폭력 피해자입니다. 

예기치 않은 재난 속에서 회장님께서는 거대항공사를 위한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고, 윤리 경영을 감독하고 이에 필요한 조사 및 조치 이행을 권고한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저는 선례를 남기기를 두려워하는 회사를 위하여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 성희롱 실태 조사를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대한한공이 제시한 조정조건은 조직 내 상사의 위력으로 성폭력을 하려한 가해자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회사는 조정안에 피해자인 제가 언론 보도를 정정할 것과 노조 활동을 중단하게 협조하는 조건으로 성희롱 실태조사에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제 사건의 처리자 역시 조직 내 권력자들이며, 위력을 행사하여 부하 직원의 성적 결정권마저 빼앗으려 하였던 가해자보다 더 악랄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피해자인 저에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성희롱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인 제가 양심에 반하는 언론 정정보도를 하여야 하는 것입니까? 

저는 거대한 기업인 대한항공과 싸우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조정을 하려는 이유는 ‘피해자들이 조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는 대한항공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입니다. 성희롱 실태조사는, 대한항공 임직원과 회사를 위한 일이지, 제 개인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부디 성희롱 실태조사와 개선책이 마련되어 저와 같은 사례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살펴보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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