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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코노미

[정희정의 모나리자]버려진 쓰레기 '마스크' 예술로 승화시킨 프랑스

by 1코노미뉴스 2020. 11. 23.

[1코노미뉴스=정희정] 전세계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뜻하지 않은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그 중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 바로 버려진 마스크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가벼우면서도 약국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덴탈용 마스크를 선호한다.

문제는 이러한 마스크가 일회용이라는 것이다. 한 번 사용하면 버려야 하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거론하던 초기부터 환경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게다가 길거리 곳곳에서 발견되는 마스크 쓰레기로 인해 프랑스 사회 골칫덩어리가 됐다. 

일각에서는 세탁해서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고, 이러한 마스크를 집에서 만드는 방법 등을 SNS를 통해 공유하기도 했다. 팬데믹 초기 프랑스 현지 뉴스에서도 면마스크 만드는 방법을 방영하면서 길거리에 함부로 마스크를 버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코로나 시대 속 마스크 착용이 중요한 만큼 환경 역시 놓아버리면 안된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길거리 곳곳에서는 버려진 마스크가 종종 발견된다. 사용한 마스크의 경우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파리지앙들은 이마저도 예술로 승화시켰다. 길바닥에 버려진 마스크들은 전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전시장은 파리 골목길. 주인 잃은 마스크를 고히 액자에 담아 파리 구석구석 길거리 벽에 걸었다. 액자 옆에는 작품 이름, 크기 등 작품에 대한 상세 설명도 빠지지 않았다.

이동확인증을 갖고 마트에 가던 중 필자가 우연히 발견한 작품을 보고 특유의 프랑스식 풍자에 감탄사가 나왔다. 작품 설명이 적나라했기 때문이다. 금빛 액자에 낀 마스크는 이미 여러 사람이 밟아 시커멓게 색이 바랬다. 오른편에 작게 적힌 작품 설명에는 ‘Voici l’oeuvre d’un conard’(이것은 멍청이의 작품이다)라고 적혀있었다. ‘conard’는 사실 비속어에 가까운 단어다.

마스크를 버린 장본인이 이것을 본다면 얼마나 창피할까. 마스크를 착용하는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던 팬데믹 초기 마스크를 잃어버렸던 지난 날이 떠올라 얼굴이 후끈거렸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작품 속 마스크 주인 역시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 수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현상황에서 이러한 실수는 반복되어선 안된다. 이 작품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 프랑스식 특유의 풍자 문화를 통해 서로에게 경각심을 일으켜 주고 있었다. 더는 박물관에 갈 수 없게 된 요즘 우연히 마주한 올해 최고의 예술 작품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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